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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것/시-산문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by 오잉?! 2020. 4. 12.

 

 

그사이에

 

오늘 감꽃 필 때 만났으니

감꽃 질 때 다시 만나요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겠어요

 

감나무 감꽃 목걸이가 다 마르려면

오늘의 초저녁 이틀 나흘 닷새 아니면 열흘 아니면 석 달 아니면 네 철

 

하나의 물결이 우리를 손으로 어루만지더라도

암벽에 새긴 마애불이 모두 닳아 없어지더라도

 

 

 

 

 

호수

 

당신의 호수에 무슨 끝이 있나요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한 바퀴 또 두 바퀴

 

호수에는 호숫가로 밀려 스러지는 연약한 잔물결

물위에서 어루만진 미로

이것 아니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사랑에 관한 어려운 질문

 

너는 내게 이따금 묻네

너와 나의 관계를

그것은 참 어려운 질문

 

그러면 나는 대답하네

나란히 걸어가면서

 

나는 너의 뒷모습

나는 네가 키운 밀 싹

너의 바닷가에 핀 해당화

 

어서 와서 앉으렴

너는 나의 기분 위에 앉은 유쾌한 새

 

나는 너의 씨앗 속에

나는 너의 화단 속에

 

나는 너를 보면

너의 얼굴만 떠올리면

산나무 열매를 본 산새처럼 좋아라

 

그러면 너는 웃네

분수 같은

뒷모습을 보여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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