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아하는것/책37

하루의 취향 - 김민철 손에 잡히지 않아서, 이해할 수 없어서, 다 이해되지 않아서, 그래서 아름다운 것들이 세상엔 있다. 효율로만 평가하려고 하는 이 세상에 비효율로 남아 있어서 고마운 것들, 우리를 간신히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사실 그런 비효율들이다. 너무 쉽게, 너무 자주, 너무 무심히, 모든 것에 효율을 들이대는 이 세상에서 누군가는 단 한 번의 심벌즈를 위해 한 시간 넘게 준비하고 있고, 누군가는 단 한순간의 아름다움을 위해 무대를 움직이고 있고, 누군가는 단 한순간의 아름다움을 위해 무대를 움직이고 있고, 또 누군가는 0의 존재가능성을 밝히느라, 우주 탄생의 가설을 세우느라, 한 문장으로 우리를 구원하느라 밤을 새우고 있다, 라고 생각하면 마음 어딘가가 편안해진다. 따뜻해진다. 2020. 6. 25.
그해, 여름 손님 한번은 테이블에서 노트를 옮기다가 실수로 유리컵을 넘어뜨렸다. 컵은 잔디밭으로 떨어졌지만 깨지지는 않았다. 가까이 있던 올리버가 일어나 컵을 주워 제자리에 놓았다. 그것도 노트 바로 옆에 놓아 주었다. 무슨 말로 고마움을 표시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안 그래도 되는데." 마침내 내가 입을 열었다. 그는 자신의 대답이 가볍거나 태평한 말이 아닌 수도 있음을 내가 알아채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 "그러고 싶었어." 그가 그러고 싶었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고 싶었어, 라고 다시 말하는 그를 상상했다. 갑자기 기분 내키면 그러듯이 친절하고 나긋나긋하고 야단스러운 말투였다. 내 노트를 다 가려 주지 못하는 파라솔이 달린 동그란 나무 테이블에서는 레모네이드에 든 얼음이 쨍그랑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그리.. 2020. 6. 24.
창비 소설전 2020. 6. 14.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 우리가 숨을 보다 진지하고 아름답게 쉬는 방식이노래 같다고.그러니 누군가의 노래를 듣는 건 그 사람의 숨소리를 공들여 듣는 일인지 모른다.나를 에워싼 사람들의 숨소리를 열심히 듣다 적절한 시간에 자기 숨소리를 얹는 일이 합창인 것처럼 말이다. 바람이 오면 바람이 오면 오는 대로두었다가 가게 하세요그리움이 오면 오는 대로두었다가 가게 하세요그리움이 오면 오는 대로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아픔도 오겠지요머물러 살겠지요아픔도 오겠죠머물러 살겠죠살다간 가겠지요 바람이 오면 오는 대로두었다가 가게 하세요그리움이 오면 오는 대로두었다가 가게 하세요그리움이 오면 오는 대로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아픔도 오겠지요머물러 살겠지요아픔도 오겠죠머물러 살겠죠살다간 가겠지요 아픔도 오겠지요머물러 살겠지요아픔도 오겠죠머물러 살겠죠살다간.. 2020. 6. 13.